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레오 레뮤엘 (문단 편집) ==== 신념 혹은 회의 ==== 바다의 밀물을 피하듯 라이온가드와 그로스랜더가 퇴각한 장소는 후방의 전진요새였다고 기록은 전한다, 토치카가 가득한 작은 산같은 요새의 흙을 덮은 표면엔 ‘여기 와서 죽어라.’라는 흰 글자가 써 있었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적고 있다, 그리고 그 글자가 적들의 백골화한 두개골을 쌓아서 만들었단 것을 관찰하고는 그래도 후방은 여유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요새의 사령관은 레뮤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표현을 정정하자면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나 상대적으로 잘 안다는 것이다. 25년에 걸친 동고동락 끝에 레뮤엘은 보고하러 온 자신을 응시하며 ‘레뮤엘 하사’라고 나직히 읇조렸던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어째서 현장지휘관인 중위가 오지 않고 자네가 왔냐는 의미의 물음이 그 멘트 속에 담겨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했다. 물론 자신이 온 것은 그 중위가 안톤이 쏴죽이기 전까지 날뛰어댄 적의 저격수에 의해 죽었기 때문이었다. 요새는 눅진거리지 않고 건조했으며 전선과 다르게 청결했고, 그리고 어느 전장이든 꿀빠는 개새끼는 있는 법이라 혐오스러운 자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는 건 전등 하나만 멀쩡한 사령실과 렌즈 하나가 없어서 작동하지 않는 홀로 맵, 그리고 벽과 탁자를 채운 채 핀과 붉은 표시, 마커가 그어진 셀로판지가 겹쳐진 원시적인 전역지도였다고 레뮤엘은 기록한다, 무엇이 제국군을 이렇게 궁핍하게 만든단 말인가. 무엇이 그 영광스러운 마카리우스의 친위대를 이렇게 전락하게 만들었는가. 대령 라이커는 보고에 앞서 레뮤엘에게 더 시급한 게 무언지 놓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휘관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시점에 레뮤엘이 바이오닉스 시술은 꿈도 못 꿀 이 전장에서 다리를 썰어야 되는 상황을 그는 원치 않았다고 기록으로 레뮤엘은 남기고 있다. 배양조에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나사를 쳐내듯 찍어져 나오는 적들의 군대와 다르게 제국군에게 질병은 두려운 것이었다, 이단자들이 질병 앞에 무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넘쳐나는 숫자 만으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제국군을 무가치한 죽음 속으로 몰아가는 그들은 그 질병에 죽어도 무방한 가치없는 소모품이었다. 그리고 만명이 질병으로 죽으면 곧 그 자리는 새롭게 찍혀나온 만명이 채울 것이다, ‘이런걸 조심해야 한다’는게 알콜소독 후 거즈를 두르는 의무중위의 설명이었는데, 거즈를 두르는 이유는 치료용 단백질 주입기가 이미 한달 전에 다 바닥났기 때문이었다고 레뮤엘은 설명했다. >‘다리 말입니까?’ >‘관통상, 자상, 모든 종류의 외상, 저기 밖에는 병원성 포자들이 득시글거리고 감염의 종류란 종류는 셀 수가 없네, 개중에는 구마가 불가능한 것도 있지.’ >‘그게 뭡니까, 중위님’ 자신을 바라보는 그는 중년의 나이였고 그로스랜더 소속이었으며 연명처치 따위는 받지 못하였다고 기록은 전하는데, 그와 소속이 다른 레뮤엘 자신의 제복을 보고 군의관은 대답을 조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말하길 이곳의 질병은 마치 저주라, 그들은 갈 수록 치명적이고 높은 전염성을 보이는 뭔가로 변모해 가고 있다고 하였다, 마치 인공적으로 종을 개량하는 개체들 같다는 것이 그의 비유였다고 비망록에는 기록되었다. 아마도 그런 비유가 어그리 월드 출신인 그였기에 생각해낸 그런 종류인 것 같다고 헛생각을 하면서 레뮤엘은 질병의 교배종에 대한 그의 가설에 어떤 근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하였고, 의무중위의 대답은 병사들의 사망주기가 가속하고 있으며 전염 비율이 높아지고 증상이 심각해졌다 하였다. 이것은 고대의 기술자들이 펼쳤다는 세균전이었다. 추악하다는 자신의 반응에 대한 군의관의 응답까지로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그의 말이 세상사가 다 그렇다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가스탄과 뷴뇨 구덩이에 잠복해있던 데스 코만도에 생각이 미치자 그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고 비인구역에 널브러져 죽어간 수십만의 시체와 진흙 수렁 속에서 시궁쥐의 밥이 되어 잊혀져간 자들과 불량한 방독면에 의해 살해당한 자들을 상기하자 레뮤엘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네는 마카리우스님의 보디가드라고 했지, 그런가?’ >‘제국년으로 올해가 25년째입니다.’ >‘그분을 뵌 적이 있나.’ >‘첫번째 뵈었을 때가 저를 수훈해 주시던 때입니다, 당시엔 벨리알 7연대에 있었죠.’ >‘어떤 분인가, 그분이.’ 레뮤엘의 비망록은 레오 레뮤엘이 이렇게 생각했다고 전한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중년의 남자였다, 잘 교육받았고 균형잡히고 안정돼 보였다. 그리고 그는 아직까지도 전설에 대해 알고자 했다, 지금 이 순간에 마저도, 기나길고 연착된 실망의 계절속에서도, 로드 하이 커맨더의 머리 주변엔 성자의 광배가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라고 레뮤엘이 말하자 그는 마카리우스가 정말로 황제의 계시를 받은 자라고 믿는지 레뮤엘에게 물었다, 레뮤엘은 이제 뭐라고 대답하든 위험한 지점의 질문에 이르렀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눈 앞의 이자가 광신자인지 회의론자인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부정한다면 그것은 마카리우스에게 불경이 될 것이요, 긍정한다면 자신이 뜻하지 않은 종교적 믿음을 전파하는 꼴이 되리라. 때문에 레뮤엘이 선택한 타협점은 대총사가 바로 시대 최고의 장군이라는 것이었다. >‘그분은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장군이십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분이 리쳐를 꺾으리라고 보나.’ >‘그가 격파하지 못할 자는 없습니다,’‘시간만 있다면.’ >‘우린 여기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지.’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했다, 레뮤엘은 자신이 잘못 판단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는 마카리우스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자일 수도 있었다. 사기가 바닥난 자일 지도 몰랐다, 단순히 그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일지 모르나, 이 시기에 그것은 위험한 것이었고 마카리우스의 가까운 부하 앞에서는 각별히 그러했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더라도.‘ 그것이 레뮤엘의 답이었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의를 눈앞의 군의관이 깨달을 수 있도록, 그 말의 끝에 그는 날을 세웠다 하였다. 군의관의 대답은 이랬다, 자신도 그러길 바라나, 시간이 떨어져 가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요새에 갇혀, 부족해지는 물자와 기약없는 지원, 밀려들어오는 이단자들의 공세를 목전에 두고서 그의 의심은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이었으나, 레뮤엘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은 과거라면 그는 이런 의심을 표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 마카리우스를 의심하는 이들이 과거엔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비로소 최초로 레뮤엘은 성전의 얼마나 되는 병사들이 군의관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비로소 처음으로, 레뮤엘 자신이 그런 의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자문해 보았다고 하였다, 가슴 속 심장이 몇 번의 고동을 울리는 사이,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에 대한 자신의 흔들리는 믿음의 기산점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노라고 인정하고 말았다. 레뮤엘은 기록하길 그런 자신에게 군의관이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망록의 기록에 따르면 레뮤엘은 약속을 지켰다. ‘마카리우스를 만나게 되거든 그로스 랜더는 아직도 그의 뒤에 서 있음을 전해달라’ 는 것이 군의관의 부탁이었고 그것은 분명한 충성의 서약이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그 그로스랜더가 군의관 자신 한정인지 과연 그로스랜더 전체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의무중위는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었기에 레뮤엘은 군의관의 어깨를 잡고 이행준수를 약속했다고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제국군의 본진을 막아서는 마지막 저지선이자 최후의 전진 교두보인 이 요새를 향해서 리쳐의 이단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섬멸할 마지막 작전을 계획한 라이커의 지시에 따라 다시 한번 수렁의 전장으로 나섰던 레뮤엘은, 거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묵시록의 광경을 아직 알지 못했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